이건 내가 DB 인프라 담당직에 있는데, 데이터와 논리로 상대를 파악하고 설득한 이야기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후임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

입사 초반 – “DB 스펙이 너무 크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DB 클래스가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 이상으로 컸고, 비용도 상당했다.
그래서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괜찮다. 그대로 두어라..."였다.
예전에 DB가 한 번 터진 문제가 있었고, 그때 이후로 “혹시 몰라” 키워놨다고 했다.
사실 당시 AWS RDS는 업그레이드는 쉬웠지만, 다운그레이드는 까다로웠다.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말은 했다, 거절당했으니 내 할 일은 했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은 MZ스러운(?) 태도였던 것 같다.
2년 차 – “올해도 말은 했다”
그렇게 흘러갔다.
3년 차 – “이대로 나가면 커리어에 스크래치 남겠다”
시간은 흘러 3년 차. 다른 글에 언급되었던 "옆에 그 팀장"이 퇴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언젠가 나도 이 회사를 나가겠지. 그런데 이 상태로 나가면, 내 커리어에 큰 스크래치가 남지 않을까?
- 후임이 보면, “전임자는 왜 이걸 안 고쳤지? 노답이네”라고 하지 않을까?
그는 어떻게 했을까?
예전에 라스트오더에서 함께한 이찬린 팀장님이 떠올랐다. 그분은 회사에서 신뢰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 아래서 배우고 개발했는데,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분은 “회사에서 내 말 안 들어준다”를 핑계로 일을 멈추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분은 말을 잘했다. 위와 아래를 잘 조율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나한테 업무를 제안할 때도, 이거 해라! 가 아니라 내가 흥미를 갖게 만들고 스스로 찾아보도록 유도했다.
그런 태도를 닮고 싶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접근하자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용 절감이었다.
초창기엔 투자금이 많아 괜찮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그래, 지금이 기회다. “올해 안에 제대로 줄여보자.”
그렇게 발표 준비를 시작했다. 히스토리, 현재 비용, 절감 효과까지 정리했다.
여러 문서와 로그를 샅샅이 뒤졌다. 3일은 꼬박 걸렸다.
- DB가 터진 적은 없었다.
- 문제의 원인은 DB가 아니라 k8s CPU였다.
- 서비스 시작 전날, 혹시 몰라 DB 스펙을 초기 대비 4배로 올려둔 것이었다.
- 이후 담당자 퇴사, 관리 부재로 그대로 굳어져 버린 것.
결과 – 속이 뻥 뚫렸다
발표 도중, 임원진이 말했다.
그 순간, 속이 뻥 뚫렸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실제로 스펙을 줄였다.
작업 끝나고 보고서까지 바로 제출해 월요일 따로 보고할 거리도 만들지 않았다. 😆
덤
지금 드는 생각은, 3년간 일하면서 위쪽과 신뢰를 쌓아온 과정 자체가 나를 만든 것 같다.
발표 후 들은 얘기인데, 임원이 다른 팀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금 미안했지만… 어쨌든, 나는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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